전동 킥보드 사고
요즘 자동차 사고만큼이나 무섭고, 자주 발생하는 전동 킥보드 사고. 특히나 면허도 없는 미성년자들이 안전 장비도 없이 도로와 인도를 활보하는 모습에 노약자나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에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저도 얼마 전에 일을 겪어보니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도 대비 전동 킥보드 사고는 약 4년 만인 2023년에 그 사고 건수가 5배가 넘게 증가했다고 하니 일상생활에서 앞으로 얼마나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지 참 실감이 됩니다. 혹시나 사고를 당하시고 저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용한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순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로, 사고의 경중과 상황에 따라 대처 방법은 또 다를 수가 있으니,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고발생
회사에서 업무 하던 중 첫째가 전동 킥보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차량 사고도 아니고, 킥보드 사고? 순간 자전거 부딪친 정도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다행히 사고 현장 근처 차량의 블랙박스를 입수하여 증거는 확보했는데, 사고 영상을 보고는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인도를 멀쩡히 지나던 아이에게 맹렬한 속도로 킥보드가 돌진했고, 결국 '킥보드+운전자'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가 나가떨어진 채 구르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상을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았던.. 기억)
헉, 이거 생각보다 심한데? 머리는 괜찮을까?
육안으로만 봤을 때도 기본적으로 아이의 몸에는 여러 군데 멍 자국과 찰과상이 보였고, 이후 별의별 걱정이 다 들어 엑스레이를 시작으로 시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보며, CT 검사까지 마친 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물리치료는 며칠간 지속되었습니다.) 문제는 '가해자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였습니다.
대처방법
여기저기 기사와 블로그를 통해 알아보니 전동 킥보드에 사고가 났다면, '킥보드 운전자인 가해자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는 아주 당연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방법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사고 즉시, 가해자 확보 (도망가지 못하게) 및 정보 확인 (전화번호)
2. 킥보드와 충돌 사고에 대해 경찰서를 통해 교통사고 신고
3. 가해자와 합의를 통해 마무리
4. (가해자가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가입해 놓은 '자동차 보험'이 있다면,
자동차 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음. 다만, 뺑소니라면 이 마저도 받기가 어려우니 반드시 1번을 최우선으로 확보
* 기본적으로 웬만한 자동차보험 안에는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라는 약관이 있는데, 가해자의 정보와 '교통사고 사실 확인서'를 자동차 보험사에 제출하고, 이후 보험사가 먼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에 가해자에게 그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이다.
* '교통사고 사실 확인서'는 킥보드 사고에 대해 사전에 경찰서에 신고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신고 내역을 토대로 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정부 민원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발급 가능)
이렇게만 마무리된다면 무난하게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청구받을 수 있지만, 여기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야속하게도 제가 그 변수에 해당되었는데요. 당시 아이와 같이 있었던 아내는 1번까지만 상황(가해자 정보 확인)을 마무리하고 우선 아이의 상태 체크를 위해 먼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도 병원에 도착하고, 아이의 상황을 확인한 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에야 가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는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고등학생입니다.
합의 문제를 두고 미성년자와 이야기하기가 난처하여 몇 번이나 부모의 연락처를 요구하였으나 학생은 이를 거부하였고, 방법은 결국 경찰서에 신고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는 거였는데, 문제는 또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는 차량의 일종으로 분류가 되고, 사람의 추돌사고가 있었다면 당연히 '교통사고로 처리'가 됩니다. 여기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는다면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에 적용이 되는데, 바로 이 특례법에는 이른바 '12대 중과실'이라는 개념이 있고, 이 12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가해자는 그대로 형사처벌이 된다'라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12대 중과실에는, 보도침범, 무면허 운전 등이 있었고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가해 학생은 이후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이 될 것이었기에 저도 선뜻 신고하기가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일주일이 더 지나고 지인들은 '어차피 미성년자라 미미한 벌금형으로 끝날 거다', '네가 시간적으로 배려해 줄 만큼 해주었으니 그냥 신고하고 마무리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제 아이가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았고, 반대로 다 큰 학생이지만 똑같이 부모 된 입장에서 제 신고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게 썩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신고하면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달을 했습니다. 다만 말은 그렇게 전하고 끝까지 반응을 하지 않으면 그냥 '운이 없었구나' 생각하고, 신고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아내와도 그렇게 이야기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하루 정도 뒤에 아주 다행히도 가해학생의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합의의 범위
가해학생의 부모님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셨고, 죄송한 마음을 계속적으로 전달해 주셨습니다. 연락이 닿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나 매너 있는 모습에 사실 이때 마음이 다 풀려 합의금을 받지 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다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게 나오기도 했고, 이 부분은 우리 자녀의 상처와도 연관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보상을 받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되돌리긴 했습니다.)
막상 합의를 하려 하니 어느 정도가 적정선일지, 그게 참 어려웠습니다. 보통의 경우 합의금을 산정할 때 치료비, 휴업손해, 일실수익(예상장애), 기타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금을 기준으로 책정하는데, 치료비와 휴업손해는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했지만, 일실수익과 기타 위자료(?)는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아봤던 게 앞서 소개한 '자동차 보험'의 보험금이었습니다. 내가 만약에 내 보험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내가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 과하지 않게 딱 이 보험금 수준으로만 받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보험의 보상한도는 상해의 경우 등급에 따라(1~14등급) 50만 원 ~ 3천만 원까지이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이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후적으로 가해자에게 구상한다.
(상등급 등 일부내용 생략)
12등급 | ① 외상 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 ③ 척추염 ④ 팔다리 관절의 근육 또는 힘줄의 단순 염좌 |
120만원 한도 |
13등급 | ③ 흉부 타박상으로 갈비뼈 골절없이 흉부의 동통을 동반한 상해 | 80만원 한도 |
14등급 | ② 손발가락 관절 염좌 ③ 팔다리의 단순 타박 |
50만원 한도 |
상해등급을 확인해 보니 아이의 상태는 하위 등급인 12-14등급 수준이었고, (개인 합의금에 대한 부분이라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결론적으로는 저 등급표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 세 개 등급의 평균 수준으로 합의금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 측 부모님께서도 이를 흔쾌히 받아주시어 원만하게 합의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해결이 잘 되었지만, 처음 이 상황을 접했을 때 많이 당황했고 여기저기 알아봤을 때 합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걱정을 했었습니다. 또 나 역시 아이 문제로 과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기에, (모쪼록 이런 사고가 없기를 첫 번째로 바라지만) 만약 누군가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면 이 글이 처리하는 데에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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