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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가을 '단풍놀이'로 딱인 이곳, 오대산 월정사의 역사적 의미는?(feat.전나무숲길)

by Rail-road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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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의 계절 

이제 곧 10월입니다. 아직까지 한낮에는 좀 덥긴 하지만...(9월 말에 이런 더위는 또 처음이네요.)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것이, 누가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산책 나가고 싶을 정도로 걸을 만 해졌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지는 10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찾는 '놀이(?)'가 하나 있죠? 바로 '단풍놀이'입니다. 올해 단풍 시즌은 강원도 같이 추운 지역은 빠르면 10/13 정도부터 시작되고, 따듯한 남쪽 지방은 11월 초까지도 알록달록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작년, 오대산 월정사 단풍의 추억)

 
작년에 저도 11월 초 조금은 늦은 가을, 강원도 여행을 갔다 돌아오던 길에 우연히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는데, 단풍이 거의 다 지는 늦은 시기였음에도 산속 곳곳 얼룩처럼 남아 있는 빨갛고 노란 나뭇잎들을 보면서 한동안 멍하게 그 색깔에 취해 '조금 더 일찍 왔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월정사(月精寺)의 역사적 의미

월정사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위치한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로, 신라시대 때(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 창건된 고찰입니다. 월정사의 역사는 약 1,400년 전 당시 고승이었던 자장율사가 창건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자장율사는 중국에서 돌아온 후, 오대산이 중국의 불교 성지인 오대산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불교 경전과 함께 문수보살을 숭배하며, 월정사를 오대산의 중심 사찰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오대성산' 이라 새겨진 오대산문)

 

* 현판 글씨는 월정사에서 출가한 '탄허 스님'의 글에서 집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집자(集字)란, 문헌에서 필요한 글자를 찾아 모으는 것을 뜻합니다.

 
월정사는 이후 여러 화재와 전쟁 속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계속해서 중건되어 많은 고승들이 머무는 불교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중기에는 선조가 이곳에 대규모 복원을 지원하면서 다시 크게 번영했습니다.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 보신 분들이라면 들어보셨겠지만, 조선은 '숭유억불', 즉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을 갖고 있던 걸로 유명한데, 그럼에도 불구 오히려 왕조의 지원을 받으며 불교 신앙을 굳건히 지켜왔던 것은 참 신기한 지점입니다.
 
월정사는 임진왜란 당시에도 불타버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재건이 이루어졌고, 월정사뿐만 아니라 오대산 전체가 신앙적 의미를 지닌 불교의 성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월정사 가는 길, 늦은 가을이었지만 곳곳에 남아있던 단풍의 흔적)

 
 
월정사에는 국보 제48-1호로 지정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유명합니다. 팔각구층석탑은 고려시대 세워진 석탑으로 중국 송나라의 탑 양식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탑의 높이는 약 15.2m로 작지 않은 규모이며, 한국전쟁 당시 절의 다른 것들이 완전 소실되었을 때도 기적과 같이 살아남아 있었고 1962년에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 국보 제48호로 지정되었다가, 2017년 석탑 옆에 있는 '석조보살좌상'이 국보로 승격(제48-2호)되면서 팔각구층석탑은 제48-1호로 재지정되었습니다. 다만, 작년에 갔을 때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보존사업이 진행되어 그 위엄스러운 자태를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앞에 있는 건 모형, 모조품으로, 진짜는 안에 보존/보수 공사 中, '23년 11월)

 
 

오대산의 또 다른 명소

사실 제가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간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본래는 바로 오대산 '사고지(史庫址)'를 들려보고자 함이었는데, 사고지란 조선왕조의 귀중한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곳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본래 춘추관, 성주, 전주, 충주 사고 이렇게 4곳에 나누어 보관하고 있었는데, 임진왜란 이후 전주 사고를 제외한 세 곳이 모두 소실되어 이후 복본하여 더 안전한 춘추관,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오대산의 산중 깊은 곳에 사고를 보관하게 됩니다. (월정사가 선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이 사고지의 관리자 역할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고지를 내비로 찍고 찾아가다 계속 이상한 곳으로 길 안내가 되어 헤매던 중, 어렵게 이정표를 보고 산속으로 찾아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뭔가 으슥한 기분이 들어 결국에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 나와 아쉬운 마음에 월정사를 들렸던 것이었습니다. (여행 중 집에 돌아가다 오대산이라는 지명을 보고 아이들에게 사고지에 대한 설명 해주고 싶어서 들렸던 것이 결국은 월정사로- ㅎㅎ) 덕분에 월정사의 단풍과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대산의 또 다른 명소는 바로 월정사로 들어가기 전의 '전나무숲길'입니다. 불행히도 저는 전나무숲길 역시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얘기한 오대산 사고지가 월정사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어, 돌아 나오는 길에 월정사를 들리다 보니 저는 아무 생각없이 월정사에서 가까운 곳에 바로 차를 세웠고, 이 전나무숲길은 월정사로 들어오기 전 약 1km 정도부터 시작되는 길로, 월정사 바로 앞 주차장보다 더 앞서서 주차를 해놓고 걸어와야지만 볼 수 있는 자연풍경이었습니다.

 
(전나무숲길 사진은 다른 블로그에서라도 찾아보세요. 정말 좋습니다.)

 

(아쉬운대로 다른 풍경 사진이라도...)

 
 
월정사 그 자체로도 역사적, 문화적 중요한 의미가 있는 명소지만, 오대산 전체가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선왕조실록 사고지와 같은 또 다른 의미로도 매우 특별하고 매력적인 장소, 관광지인 것 같습니다. 사찰에 들어가기 전 전나무숲길에서 단풍을 실컷 구경하고, 또 사찰 안에서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마지막으로는 그 속에서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배우는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방문한 사람들도 꽤나 많았던 걸 목격했습니다.)
 
곧 다가올 가을, 단풍놀이 갈 곳을 다들 정해놓으셨나요? 이번 가을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오대산을 추천드립니다.

추가글) 올해 오대산(월정사)의 단풍시기 : 첫 단풍은 10월 4일로 예상되고, 절정기는 10월 17일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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