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커피(coffee) 이야기, 원두에도 '숙성'이 필요하다고?
안녕하세요. Rail-road입니다. 다섯 번째 커피(coffee) 이야기, 오늘은 에이징(Aging)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앞서 커피를 즐기는 방식, 추출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오늘은 조금 더 근본적인 재료, 바로 '원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갓 볶은(로스팅한) 원두를 받자마자 신이 나서 커피를 내렸는데, '음... 뭔가 덜 정돈된 맛?' 또는 '생각보다 밋밋한데?'라고 느꼈던 적이요. 저는 꽤 여러 번 그랬던 것 같습니다. '로스팅 직후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달랐죠. 왜 그럴까요? 바로 오늘 이야기할 주제, '에이징(Aging)' 때문입니다.

에이징(Aging)이 뭐야? 커피에도 숙성이 필요해?
'에이징(Aging)'이라는 단어, 보통 와인이나 위스키, 또는 고급 스테이크를 이야기할 때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바로 '숙성'을 의미하죠. 맞습니다. 커피 원두에도 숙성 과정, 즉 에이징이 필요합니다.
원두를 볶는 과정, 즉 '로스팅(Roasting)'은 생두에 열을 가해 우리가 아는 갈색의 커피 원두로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이때 원두 내부에서는 엄청나게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핵심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한 다양한 가스가 생성됩니다. 이 가스들이 로스팅 직후 원두 안에 갇혀 있다가 서서히 방출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에이징'의 핵심입니다.
로스팅 직후 원두가 맛없는 이유
로스팅 직후에는 원두 내부에 너무 많은 CO₂가 갇혀 있습니다. 이 가스가 추출 시 물이 커피 성분을 잘 만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건데요. 또한,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 가스들이 커피의 미묘하고 섬세한 향미를 덮어버리기도 하죠. 그래서 갓 볶은 원두는 맛이 거칠고 쓴맛이 강하거나 향미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디개싱(Degassing)' 타임
에이징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을 '디개싱(Degassing)'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가스(Gas)를 제거(De-)한다'는 뜻이죠. 로스팅 후 시간이 지나면서 원두 내부의 CO₂ 가 천천히 외부로 배출됩니다. 이 디개싱 과정을 거치면서:
- 쓴맛과 거친 맛이 줄어들고
- 원두 본연의 섬세한 향미와 단맛, 산미가 살아나며
- 추출 시 물과 커피 성분이 잘 섞여 우리가 원하는 균형 잡힌 맛을 내게 됩니다.
마치 격렬한 운동 후 근육이 쉴 시간을 줘야 회복되는 것처럼, 원두도 로스팅이라는 뜨거운 과정을 거친 후 맛을 다듬는 '휴식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최적의 '에이징 기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은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부분일 텐데요. 아쉽게도 딱 '며칠!'이라고 정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원두의 종류(품종), 로스팅 강도, 보관 환경 등에 따라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골든 타임'은 있습니다.
※ 로스팅 강도최적의 에이징 기간 (디개싱)특징
| 약배전 (Light Roast) | 로스팅 후 7일 ~ 14일 | 가스가 천천히 빠져서 비교적 긴 숙성 기간 필요. 산미와 향미를 최대한 살릴 때 좋아요. |
| 중배전 (Medium Roast) | 로스팅 후 4일 ~ 7일 | 가장 일반적인 숙성 기간. 균형 잡힌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요. |
| 강배전 (Dark Roast) | 로스팅 후 2일 ~ 4일 | 가스가 빠르게 빠져 숙성 기간이 짧아요. 에스프레소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



에이징이 끝난 후, 원두 보관은 어떻게?
에이징은 곧 디개싱과 산소와의 반응이기도 합니다. 디개싱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원두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맛과 향이 변하는 '산패(酸化)'가 진행됩니다. 그러니 최적의 맛을 볼 수 있는 골든 타임 안에 드시되, 남은 원두는 빛과 습기, 산소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밀봉 용기 : 원두 전용의 '역류 방지 밸브(One-way Valve)'가 있는 밀폐 용기가 제일 좋고, 없다면 일반 밀폐 용기도 좋습니다.
- 직사광선 피하기 : 주방 찬장처럼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 주세요.
- 냉장/냉동고는 피하자 : 원두가 주변의 냄새와 습기를 흡수할 수 있으므로, 단기간 보관 시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커피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 원두의 에이징(Aging)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조금 더 공부해서 또 다른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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