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돈 룩 업(Don't Look Up),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by Rail-road 2021. 12. 26.
반응형

돈 룩 업(Don't Look Up, 2021)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리나라 속담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뜻으로 '일수차천(一手遮天)'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누군가 내게 이 영화를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그게 다 가려지지 않듯,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 선동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참 우스꽝스럽고, 어이가 없기도 하며, 때로는 엽기적으로 보여지기 까지 하다. 그래서 이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보고 있으면 어이없는 웃음이 중간중간 터져나온다. '너무 과장이지, 정말 저러겠어?' 라는 물음에 영화 포스터의 메인 Phrase가 이렇게 대답한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라고.

 

   돈 룩 업은 천문학 대학원생인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분)가 우연하게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학자로서의 기쁨도 잠시, 동료들과 축하를 나누던 중 "저런 혜성의 궤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죠?" 라는 질문에 '케플러 제 1법칙'으로 돌아가보자며 천문학 교수인 랜들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혜성의 궤도를 측정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궤도를 측정하면 할 수록 혜성과 지구와의 거리가 자꾸 '0'으로 수렴해지는 이상함을 눈치 챈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계산을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들을 돌려 보낸다. 

 

진실을 알리려는 자, 이를 이용하는 자 그리고 외면하는 자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백악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혜성의 지구충돌에 대해 이미 사전 보고가 되었음에도 대통령은 재시간에 도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착하고 나서도 이들은 뒷전이다. 결국 다음날이 되서야 대통령을 만나 보고를 하게 되지만 대통령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느끼지 못한다는 표현보다 느끼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이들은 오로지 본인들의 지지율과 재선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지금 당장 본인의 성(sex) 스캔들을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이며, 혜성의 지구충돌을 어느 시점에 발표하는 것이 좋을 지 '정치적 타이밍'에 더 고민이다. 이에 황당함을 느낀 랜들과 케이트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지만 이곳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더 Sarcastic한 반응이다. 혜성의 충돌 사실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비아냥대는 진행자들에게 분노를 느끼며 심각성을 울부짓는 케이트. 그러나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인터넷과 Social Network상의 밈으로 돌며 놀림대상이 될 뿐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캐릭터성을 갖는 집단과 마주할 수 있는데, 바로 진실을 알리려는 자들과 이를 이용하려는 집단, 그리고 이를 외면하는 자들이다. 진실을 알리려는 자들은 지식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이며, 이용하는 자들은 정치 집단과 이들과 결탁된 기업가, 그리고 외면하는 자들은 언론사와 일반 대중들(설문조사 결과 혜성 충돌 자체가 거짓이라고 믿는 20~30% 수치의 대중)이다. 영화는 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 캐릭터들과 집단이 재난을 받아들이는 방법과 대치를 유머를 섞어 해학적으로 담아낸다. 

 

 

Look up or Don't look up

  서두에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고 표현했듯, 영화의 말미 정말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육안으로도 하늘에서 혜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자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Look up!' 위를 쳐다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이에 대통령은 'Don't Look up!' 이라고 대응하며 혜성 충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 하늘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마지막 랜들 박사의 Look up과 서로 대응하는 선전 구호로써 사용되는 'Don't look up'은, 한심하고 무능한 정치 집단의 대중을 선동하고 진실을 가리는 함축적인 문장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서로 대립하며 영화는 종반으로 달린다.

 

  돈 룩 업을 보고 난 후 나는 2011년에 개봉한 '컨테이전(Contagion, 2011作)'이라는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영화의 분위기나 소재는 분명 다르지만 국가를 넘은 전 세계적인 재난 앞에서 대처하는 기관과 집단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과 대중들이라는 이야기의 구도가 닮아있기 때문이다. 컨테이전을 볼 당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영화적 상황들이 현재 코로나 19와 매우 유사한 현실을 바라보며, 유머 코드가 곳곳에 담겨 다소 풍자적으로 다룬 이 영화도 자칫, '실화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자 막상 볼 때는 가볍게 웃고넘겼던 이 이야기가 새삼 소름돋게 다가온다.

 

  과연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외면하는 대중과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을 뚫고 진실을 알리고 혜성충돌을 막아낼 수 있을까? 영화 속 남은기간은 단 6개월 뿐이다.

반응형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