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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바람(Wish), 남자들의 뜨거웠던 학창 시절 이야기

by Rail-road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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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Wish, 2009 作)

 

배우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

  바람(Wish)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정우의 학창시절을 소재로 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영어 제목이 아님에도 바람이라는 한글 제목에 'Wish'라는 영문명을 굳이 넣어 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제목의 바람을 'Wind'의 뜻으로 잘못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즈음, 이 영화 제목이 왜 바람(Wish)인지를 알게하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의 주인공 짱구(영화에서 정우의 이름은 시종일관 별명인 '짱구'로 불린다.)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짱구는 입학식에서 이 학교의 불량서클 일명 '몬스터'로 불리는 선배들을 보고 왠지 모를 선망과 부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짱구는 싸움을 잘하거나 특별하게 불량한 학생은 아니었다. 오히려 엄한 형 때문에 불량써클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만,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복학생 형 덕분에 선배들이나 동년배들에게 크게 터치(?) 당하는 일은 없었고, 이후 같은 반 친구인 석찬, 영배, 준성과 친해지게 되며 동년배들과의 생활에서 약간은 군림하는 학생으로 자리잡는다. 

 

  영화의 장면 장면을 살펴보면, 사실 짱구가 크게 싸움을 잘하거나 그렇다고 깡다구가 좋게 그려지진 않는다. 오히려 되게 어리숙하고 유치하며, 또 어떻게 보면 찌질해보이기도 한다. 그런 그가 우연한 계기로 동년배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이후에 선망하던 불량써클, 몬스터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게 이 영화가 갖는 첫번째 매력 포인트이다. 배우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면 어느 정도 멋있게 그리거나 많이 미화할 법도 한데 자신의 이야기를 오히려 사실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어머니가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찾아오자, 이를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책상을 들었다놨다하며 어설프게 군기를 잡으려는 모습, 후에 친한 친구가 되지만 처음 영배(일명, 마이콜)와 시비가 붙었을 때 바짝 긴장하는(약간은 쫄아보이는) 모습, 여자친구 앞에 보기 좋게 허세를 부리며 전 남자친구를 혼내주려 하지만 되려 찌질하게 당하는 모습이라던지, 학창 시절 남학생들의 선 굵은 학원물을 기대하고 왔다가 '아 맞아, 저게 오히려 사실적이지' 하고 피식 웃게되는 장면들이 여럿 목격된다. 정우는 나래이션으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는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조금은 포장되어 있었음을 함축하는 메시지로 들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선망했던

  남자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그런 상상을 하고, 또 한 번쯤은 선망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담배를 태우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맘대로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옆 학교와 싸움이 붙어 멋지게 두들겨 패고 영웅담처럼 자랑을 늘어놓고 싶기도 하다. 물론 나이가 먹고서는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되지만, 그때는 또 그게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극 중 짱구도 그러하다. 짱구는 몬스터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둘러보며 스카웃을 할 때, 본인도 선배들에 마음에 들어보려 어깨를 피고 괜한 기대를 해본다.(그러나 선배들은 그냥 지나친다.) 이 영화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런 남자들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대사와 상황들에 있다. 일명 '뜨기'라는 선배의 찰진 대사 '그라믄 안돼~'는 당시 남성향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짱구가 다른 패거리들에게 맞아 몬스터 선배들과 같이 다시 복수해주러 가는 장면에서는 적절한 OST가 묘한 긴장감을 잘 살려(마지막 몬스터 2학년 대장의 마무리 대사까지) 수위 높은 액션신 없이 많은 남성들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짱구의 진짜 바람(Wish)

  영화 포스터의 문장을 보면 '폼나게 살아보고 싶었던 학창시절'이라고 이야기 한다. 영화 속 짱구는 정말 '폼나게' 살아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형에게 두들겨 맞을 것을 각오하고 폼나는 써클 '몬스터'에도 가입한다. 후배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폼나게 센척도 해본다. 그러나 짱구는 예상치 못한 선배들의 터치에 다소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짱구는 어렸을 적 자신에게 '짱구 박사'라고 불러주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속에서 짱구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걸로 나오진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의 병세가 안좋아지는 과정을 아주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짱구가 느끼는 감정 변화도 아주 선 굵게 다가온다. 이 부분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세 번째 매력 포인트이다. 아버지 장례식에 짱구의 친구들과 졸업한 몬스터 선배들까지 찾아와 짱구에게 위로를 한다. 짱구는 덤덤한 척 하지만 마음에 응어리가 아직 맺혀있다. 그리고 누군가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와 짱구를 부르는데 다름 아닌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후 오열하며 아버지와 나누는 짱구의 대사는 영화 속 짱구가 그랬듯, 그리고 실재로 배우 정우가 그랬을, 그 상황을 보는 내 모습도 똑같이 꺽꺽대고 울 정도로 가슴 아픈, 너무나도 감정이 뭉클한 장면이다. (이때부터 정우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덧 졸업식을 맞이한 짱구, 석찬이와 영주(손호준 분) 셋이서 영화 속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갈래?" 라는 이야기에 짱구는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짱구는 나래이션을 통해 '내가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는..' 이라고 이야기 하며 영화가 끝이 난다.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던 짱구의 진짜 '바람'은 무엇일까. 영화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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