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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미키17>, 우리는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인가

by Rail-road 202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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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지난 2월 28일 개봉한 이후, 3월 9일까지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썰렁한 극장가에 유일하게 소소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중적으로는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복제인간, 우주 개척, 그리고 인간의 존재 의미를 다루는 이 작품은 흡사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도 유사한, 날이 선 사회적 메시지를 장착한 채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미키17,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죽으면 돼. 그럼 해결돼."

영화의 배경은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닐프헤임'. 인간들은 이곳을 개척하기 위해 '익스펜더블'이라 불리는 소모품 인간을 활용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미키17(로버트 패틴슨 분)이다. 미키의 임무는 간단하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대신 죽으면 된다. 죽더라도 새로운 복제본이 만들어지고, 기억도 일부 이어받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다. 실험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미키를 무감각하게 대하게 되고, 미키 자신도 죽음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미키17이 다시 돌아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미 그의 대체품인 미키18이 활성화된 것이다.

 

두 개의 동일한 개체가 존재하게 되면, 이는 사회에서 '멀티플'로 규정되어 완전하게(영구적으로) 제거된다. 같은 미키이지만 이번에는 어딘지 인격체가 서로 달라 보이는 둘. 미키17과 18은 이 상황을 피하고자 서로를 죽이려 달려든다. 근데 이상하지 않은가? 어차피 다시 살아날 텐데, 왜 죽이려고 하는 거지?(왜 죽기 싫어하는 거지?) 멀티플이 되어버린 둘은, 둘 중 먼저 죽은 쪽의 인격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쪽이 다음에 태어날 미키로 이어짐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현실감각 없는 기득권, 어딘가 익숙한 그들

<미키17>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돈 룩 업>이다.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과 애덤 맥케이 감독의 풍자가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2021.12.26 - [영화 이야기] - 돈 룩 업(Don't Look Up),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돈 룩 업(Don't Look Up),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리나라 속담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뜻으로 '일수차천(一手遮天)'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누군가 내게 이 영화를 한 문장, 혹

rail-road84gil.com

 

 

두 영화의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이상할 정도로 현실 감각이 없는 기득권 세력이다. <미키17>에서는 우주비행선과 새로운 행성에서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정치인 마살과 그 추종세력들, 그리고 <돈 룩 업>에서는 혜성 충돌을 외면하게 만드는 대통령(정부 집단)과 언론사.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선택을 한다.

 

마살과 그의 추종자들은 외계 생명체들과 마주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독단적인 결정과 맹목적인 추종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며, <돈 룩 업>의 대통령과 미디어는 혜성이 곧 충돌할 상황에서도 '보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를 유지한다. 둘 다 너무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정치인들과 거대 기득권 세력들이 보여주는 무책임한 태도를 떠올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결국 이들의 무능과 이기심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미키17>에서는 복제 인간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죽으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비인간적인 논리를 정당화한다. 그러다 우연한 사고로 멀티플이 되어버린 미키17과 미키18이 서로를 증명하려 애쓰는 모습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려 노력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인가? <미키17>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를 넘어,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외면할 수도, 마주할 수도 있다. Look up? or Don't look up.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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