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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시민덕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by Rail-road 202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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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시민덕희>는 2024년 1월에 개봉한 라미란, 공명 주연의 영화이다. 영화의 기본 정보상 '주연'으로 기재된 배우들이 더 있으나 극 중 실질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이 두 배우라 할 수 있다. <시민덕희>는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극장가에서 관객수 171만 명이라는 나름의 성공을 이루어 냈다. 약 65억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손익분기점은 160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과 같은 영화계 불황기에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꽤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덕희, 2024년 作)

 
  반가운 배우들도 많이 등장한다. (너무나 좋아하는) 장윤주와 엄혜란, 안은진, 박병은, 김주승 까지. 특히 최근 4월에 넷플릭스에서 릴리즈(release) 된 <종말의 바보>라는 작품에서 메인 주연급으로 극 전반을 밀도 있게 이끌어가는 안은진 배우의 등장은 매우 반갑다. <종말의 바보>를 먼저 봤던 터라 <시민덕희> 속에서의 안은진 배우의 모습이 다소 낯설기도 하고, 또 이런 가벼운 역할도 제법 잘 어울리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어 더 반갑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김주승 배우도 예능 프로그램(나 혼자 산다)에서 자주 보다가 영화에서 만나니 신선했다. (극 후반 보이스 피싱의 총책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은진, 극 中 애림 역)

 

칭다오로 향한, '소시민(小市民)' 덕희

  줄거리는 이렇다. 세탁소 화재로 대출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분)'에게 거래은행의 '손대리(공명 분)'로부터 '합리적인' 대출 상품에 대한 전화가 걸려온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덕희는 의심 없이 은행 직원이 요청하는 수수료를 보내게 되고, 뒤늦게 '보이스 피싱'이었음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경찰에게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매달려도 보지만 소용없다. 마침, 손대리로부터 다시 걸려온 전화. 
 
  손대리를 포함한 상담원들도 강제로 구금되어 폭행과 협박을 당하며 어쩔 수 없이 사기에 동참한 피싱의 피해자였던 셈이었다. 손대리는 덕희에게 계속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이에 덕희는 담당 경찰인 박형사(박병은 분)에게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무시'가 섞여 있는 답변이었다. 세탁 공장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결국 '아동학대' 명목으로 기관에 아이들까지 빼앗긴 '소시민(小市民)' 덕희. 덕희는 총책을 잡기 위해 직접 중국 칭다오로 떠난다.
 

 

시민덕희의 실재 이야기

  일반 시민 여성이 보이스 피싱 총책을 잡는다고? 영화의 예고편을 처음 보았을 때 그다지 흥미 있는 시놉시스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민덕희> 개봉 즈음에 맞춰 영화의 실재 주인공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이게 실화라고?'라는 의문이 들면서부터 제법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재 주인공은 인터뷰에서 '미친년' 취급을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무시하고, 비웃음까지 당했다고) 영화 속에서 경찰의 모습은 그래도 바쁜 업무 속에 어쩔 수 없이 해당 건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사유가 있었고, 또 박형사의 모습은 극 막판, 덕희를 걱정하며 인간적인 모습도 보인다. 어쨌든 이 실화를 베이스로 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고, 의외로 재밌다는 평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영화 <시민덕희>는 역주행까지는 아니지만, 상영 막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런 영화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 범죄수사물? 찾아보니 아주 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사회고발'. 이 장르적 특징이 주는 강점이 영화 <시민덕희>의 성공 요인이다. 한 편으로는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구분하기도 한다. 덕희가 피싱범을 쫓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연출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불필요해 보이는 이 개그 코드가 오히려 극의 집중력과 '사회고발'이라는 영화가 주는 장르적 강점을 다운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민덕희>는 앞서 언급했듯, 소시민의 슬픈의 이야기이다. 물론 영화가 마냥 무거울 필요는 없겠지만, 코미디라는 요소를 쓸데없이 많이 넣어 극의 무게감을 오히려 더 떨어뜨리는 듯했다. 기본적으로 라미란 배우 자체가 주는 코믹적 요소가 안 그래도 있는데, 오히려 이와 구분되는 다른 컨셉의 캐릭터로 잡아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극 후반은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 전반에 깔아놓은 이런 요소들 때문에 후반 몰입도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그래도 덕분에 오래간만에 그렇게 많이 무겁지도,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재 이야기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던 영화였다. 여담으로 실재 주인공은 아직 신고 포상금(1억)을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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