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탈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삶

by Rail-road 2024. 7. 6.
반응형

소개에 앞서, 영화 <탈주>는 이 글의 작성일(7/6) 기준 불과 3일 전 개봉한 따근따근한 영화이기에 최대한 스포 없이, 예고편 정도의 수준에서 리뷰를 할까 합니다. 누군가 '내 리뷰를 읽고 이 영화의 관람을 결정한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며. (혹시나 '이것'만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말해줄게요. <탈주>의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볼거리 많은 최근 극장가

코로나19와 더불어 최근 3-4년간 급성장한 OTT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관람객들이 극장을 잘 찾지 않은 영화 산업계의 암흑기이지만, 여전히 나는 2시간 정도 온전히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행위', 다시 말해 (아직도 활자 신문을 찾는 윗세대 어르신들처럼) 나는 '영화 관람'을 아직 선호한다. 다행히 최근 극장가는 선 굵은 배우들의 흥미진진한 한국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 볼거리도 아주 많다.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탈주> 등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 중에 '왠지 모르게' <탈주>라는 작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탈주, 2024년 作)

 
 
사실 왠지 모르게는 아니고.. 많은 영화 중에 <탈주>가 끌렸던 건, 영화 홍보차 디지털 콘텐츠 <살롱드립2>에 출한 이제훈 배우의 유튜브 숏츠 영상을 보고 난 후부터였는데, 그 짧은 몇 십 초짜리 영상에서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면 본인이 직접 환불해 주겠다'던 이제훈 배우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공약(?)에, 주연 배우가 '저 정도 자신감이라면 한 번 봐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출연했던 구교환 배우도 본인도 같이 'N빵'해서 주겠다고 해 피식 웃게 만드는 배우들의 매력에 일단 극장으로 향했다.
 
주연 배우인 이제훈, 구교환의 만남은 참으로 '운명'적이다. (이 영화는 사실 '운명'을 거부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인데, 둘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이야기하니까 어째 좀 아이러니하다.) 때는 2021년,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이제훈이 '구교환과 연기하고 싶다'라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했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한데, 실제로 시상식 그다음 주에 이제훈은 본인이 참여하게 될 이 영화 <탈주>의 시나리오를 바로 구교환에게 보냈고 구교환이 이를 수락하였다. 구교환은 시상식에서 이제훈의 러브콜이 시나리오 수락에 큰 요소 중 하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구교환은 사실 이제훈을 염두해 두고 10년 정도 전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있다고도 밝혀 둘의 만남은 어쩌면 정말 '운명' 같은 거였는지 모르겠다. 
 
영화 <탈주>의 줄거리는 여기저기 언론이나 플랫폼을 통해 소개된 내용 그대로 설명하자면, '탐험하는' 내일을 위해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배우 분)과 '정해진'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배우 분)의 목숨을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이다. 여기서 '탐험하는'과 '정해진'이라는 단어는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바를 조금 첨가해 담아 본 '수사(修辭)'이다.
 

 

이제훈은 이제훈이고, 구교환은 구교환이다.

영화를 평함에 있어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탈주>의 두 주연 배우에 대해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제훈은 역시 이제훈이고, 구교환은 역시 구교환이다.' 배우들 중에는 역할에 맞게 다양하게 느낌과 색깔을 바꾸는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캐릭터들도 그 배우, 그 사람처럼 소화되는 신기한 배우들이 있다. 보통은 전자의 경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받지만(ex. 이병헌 배우 같이), 나는 후자의 본인 색깔이 '매우' 강한 배우들을 '매우' 좋아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보다 어떤 때는 그 배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기도) 내가 느끼기에 두 배우는 후자에 가깝다.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선함, 정의, 수줍음이 있고,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장난기, 독특함, 의외성이 있다. 북한 군인 역으로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그 이미지에서, 이제훈과 구교환이라는 배우가 주는 기본적인 색감과 캐릭터성이 마주치며 주는 이질감. 그것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인 것 같다.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궁금증을 연기한다'라고 이야기한 구교환 배우의 색깔이 관객들로 하여금 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밖에도 영화에는 반갑고, 흥미를 끌게 만드는 카메오 배우들이 많다. 일단 예고편에 등장한 송강 배우부터 그 외에도 알만한 배우들이 중간중간 반갑게 등장한다. 영화의 기대감을 주는 차원에서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하겠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

'마음껏 선택하고, 실패하는 삶 살겠습니다.'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지긋지긋한 운명,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삶. 탈주 후 발각되었을 때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임에도, 주인공 규남은 탈주를 감행한다. '왜 그럴까',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극 중 규남의 대사처럼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산다는 마음', 즉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대한 순수한 갈망일 것이다. 
 

 
일상 현실에서도 때때로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을 때가 많이 있다. '선배, 저 여기 너무 힘들어요. 이 회사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마음속 깊은 곳에 고민을 털어놓으면, 앞서 경험한 선배들이 주는 흔한 조언은 '어딜 가도 다 똑같아, 다른 회사라고 안 그럴 것 같니?' 영화 속 현상의 대사와 너무 유사하다. 물론 그런 조언은 '한 번 더 생각해 봐', '너무 쉽게 결정하지 말라'는 날 선 충고이고 삶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사실 참을 때까지 참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서 계속 그런 생각이 요동친다면 '다 똑같다'라는 낡은 격언보다는, 차라리 마음껏 선택하고 실패하는 삶을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영화 속 배경은 무거운 정치 체제 안에, 선택 하나에 목숨이 오가는 어쩌면 무서운 주제의 이야기이지만, 빗대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많은 귀감과 조언을 주는 영화,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그 순수한 열정에 목숨을 거는 '탐험가'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참으로 매력적인 영화 <탈주>이다.

반응형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