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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스모크(Smoke),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는 영화

by Rail-road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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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Smoke)처럼 스며드는 이야기

  오늘은 아주 오래전 영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지금부터 약 30년 정도 된 영화 '스모크(Smoke, 1995년 作)'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접한 건 그보다 훨씬 뒤인 2007년으로 기억한다. 한때 나는 영화를 많이 본다고 자부할 만큼 영화광이었지만영화 선택에 있어서만큼 또 누구보다 편식이 심한 편이기도 했다. 20대 때는 아직 어려서 그랬을까?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가미된 마블 시리즈 같은 스케일이 큰 영화를 선호했었는데, 20대 중반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일상적이고 휴머니티(Humanity)가 느껴지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어쩌면 다소 한가하다고 느껴지는 영화들이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굿 윌 헌팅’이나 ‘라디오 스타’ 같은) 그것이 꼭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고 나면 그 감동과 영화 전반에 느껴지는 정서 때문에 한동안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곤 한다. 

 

  이 영화 ‘스모크(Smoke, 1995년작)’도 소소한 감동과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지는, 그런 휴머니즘이 강하게 베어나는 작품이다. 사실 이 영화를 학부시절 교양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셨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0대 초반에는 막상 손이 가지 않아, '언제 한 번 봐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고 미루다 약 4년 후에 (군대까지 전역하고) 학교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우연히 마주하며 보게 된 영화였다. 미국 뉴욕의 어느 담배 가게를 중심으로 서로를 알게 된 사람들의 에피소드그리고 대화. 왜 대게 이러한 영화들에서 감동적인 명대사들이 많이 나오기 마련인데,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들을 조금 의식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뭔가 마음을 감화시키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여러 캐릭터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이게 이 영화의 전부이다.

 

 

(Smoke, 1995년 작)

 

미국 뉴욕의 어느 담배 가게, 그리고 사진

  영화는 내내 큰 사건 없이 일상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과 훈훈함을 준다그 속에서 사람 사는 휴머니티가 느껴진다수년간 자신의 가게 앞 일상을 항상 같은 시간 사진에 담아 놓는 '오기'오기가 자신의 딸(실제로 진짜 자신의 딸인지 끝까지 알 수 없지만)을 위해 돈을 건네주는 장면폴이 라쉬드를 집에 들이는 장면폴이 라쉬드가 준 (잘 나오지 않는) TV를 툭툭 치는 장면라쉬드와 사일러스가 싸우는 장면까지도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진다그리고 마지막 오기가 폴에게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까지. 오기가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는 것 같다. 이야기 자체의 감동보다는 소박하게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야길 할 수 있는 여유와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그리고 담배 한 대이러한 일상적이고, 소박한 상황들이 오히려 나에게 더 잔잔한 정서와 공감대를 주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영화 '스모크'는 폴 오스터의 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로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분량이 얼마 안 되는 단편 소설인데, 영화감독인 '웨인 왕(Wayne Wang)'이 그 소재에 이끌려 영화로 만들기로 계획했고그 과정에서 폴 오스터와 함께 살을 붙여 만든 영화가 '스모크'인 것이다원작이라 하지만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10분 정도가 전부이다. 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된다면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같이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극 중 제일 기억이 남았던 장면과 대사는 사일러스와 라쉬드가 이야기하는 씬이다. (오래전에 본 영화라) 
정확히 대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라쉬드가 사일러스에게 '한쪽 팔이 왜 그렇게 되었냐'라고 물었을 때였다사일러스는 자신이 매일 술을 먹고 못나게 구니까 '신께서 내게 음주 운전을 하게 해서 사고가 나게 하셨고, 그로 인해 자신의 아내를 잃게 했으며자식과 헤어지게 하셨다'라고, 그리고 또 '저주를 주어 자신은 살아남게 하고대신에 한쪽 팔을 가져가셨다'라고. 또 '이 일로 그 불쌍한 여자에게 한 일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는 대강 이런 내용의 대사였던 것 같다그리고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라쉬드가 바로 헤어졌던 사일러스의 아들이라는 상황과 그 대사가 주는 아이러니가 너무 가슴 아프게 와닿았다. 사실 사일러스의 배역을 맡은 '포레스트 휘테커' 배우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들의 에피소드 중에서 사일러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고 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간단하게 느꼈던 두 가지가 또 있다. 이 두 가지는 이 영화를 감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감상평이기도 하다. 첫째, 카메라(Camera), 사진이란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한 번 찍어보고 싶다. 둘째, 영화 이름 그대로 스모크(Smoke), 즉 담배 정말 맛있게 피운다. 끊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많이 자극한다. 오랜 금연자라면 영화를 추천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각설하고 영화 속 오기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오기 : 천천히 봐야 이해할 수 있지. 사진을 거의 안 보고 빨리 넘기는 군
폴 : 다 똑같잖아?
오기 : 같아 보이겠지만 한 장 한 장 다 다르다네

 

 

범함 속에 특별함이 느껴지는 영화 스모크(Smok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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