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매년 5월이 되면, 부모님들의 남모를 고민이 시작되죠.
어린이날.. 놀이동산 가야 돼? 말아야 돼?
가자니 사람이 너무 많아 늘 고생만 하고 오기 일쑤이고.. 안 가자니 아이들 성화에 왠지 나쁜 엄마 아빠가 되는 것 같고..
에이, 이런 날 복잡해서 누가 놀이동산을 가?
이 같은 생각들이 2015년 5월 5일 에버랜드에서 처음으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모두가 잘 알고 계시겠지만 2015년 에버랜드는 역대급으로 한산했던 어린이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됩니다.
아, 완전 사람들이 몰리는 특정 공휴일(어린이날)은 오히려 사람들이 안 오는구나!
이런 생각에 다음 연도인 2016년도 어린이날은, 전년 비 67%나 사람이 늘어난 5만여 명이 방문하여 다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됩니다. 눈치게임에 실패한 부모님들은 다시 좌절하게 되었죠.
이후로 매년 5월 어린이날이 되면, 일명 부모님들의 '대국민 눈치게임'이 시작됩니다. 웃픈 이야기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 보니 일면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최근 에버랜드는 유례없는 '판다 가족'의 인기로 시기의 상관없이 늘 사람들이 붐비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기간 동안 밖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했던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가까운 동네 어디를 나가도 조금만 이름이 알려져 있으면 사람들이 가득해 웨이팅이 필수인 시대가 되어버렸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놀이동산을 즐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놀이동산 눈치게임에서 '필승' 할 수 있을지,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름의 '에버랜드 눈치게임' 필승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거창한 수치와 통계가 아니라.. 순수 제 경험치에 의한 이야기이니 너무 심각하지 않게 참고로만 봐주세요~! :)
에버랜드 눈치게임 필승 전략
사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2015년과 2016년의 에버랜드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을지 모릅니다. 아래 달력을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바로 '어린이날'의 시점입니다. '15년도는 전(前) 주인 5/1(금) 근로자의 날을 포함, 5/4(월) 하루만 연차를 낸다면 무려 5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고, 그 끝이 어린이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긴 휴가를 맞아 해외든 국내든 멀리 여행을 떠난다거나, 혹은 놀이동산을 다녀와도 연휴 중에 한 번 미리 다녀오고 마지막 날인 5월 5일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았겠죠!
반면, '16년도는 어린이날이 연휴의 시작이었기에, 미리 다녀오거나 할 것 없이 그날 아이들과 어딘가를 가야 했을 겁니다. 또 '작년에는 어린이날에 오히려 에버랜드에 사람이 없다더라.' 하는 소문이 한몫했을 테죠! 참고로 에버랜드는 이레적으로 사람이 없었던 '15년도를 제외하고 그 이후로는 어린이날에 계속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사실 이건 '눈치게임'이 아니라, '확률게임'입니다.
작년 말 지인으로부터 에버랜드 티켓을 받고, 언제가 가장 확률적으로 좋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1.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까지 몰려들 수 있는 방학기간은 피한다. (대략 1-2월과 7-8월)
2. 방학이 아닌 기간 중에도, 학생들의 소풍이 예상되는 봄/가을 소풍기간은 피한다. (대략 4월과 10월)
3. Big event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은 피한다. (5월, 10-11월, 12월)
- 어린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 5월, 이벤트가 많은 할로윈 시즌 10-11월, 크리스마스 등 연인들이 많이 찾는 12월
이렇게 확률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즌을 소거하다 보면 결국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선택지가 남게 되죠. 바로 3월, 6월, 9월입니다.
남은 시기에서도 세부적인 시점은 또 잘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기가 막 시작되는 시즌인 3, 9월 초가 확률상 학생/부모님 둘 다 정신이 없을 때라 이 두 개의 달이 가장 적정할 시기라 생각했는데, 3월은 개인적인 사유로 일이 많이 바쁘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9월 초가 제일 괜찮겠구나 라는 판단으로 결국, D-day는 9월, 9/2(월)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대성공!
(놀이기구를 연속으로 5번 타도 될 만큼 한적했던 그날)
사실 제가 간 날은 날씨가 살짝 흐리고, 아침에 비가 잠깐, 아주 조금 왔기 때문에 날씨 변수가 어느 정도 작용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날은 진짜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기적인 확률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건 '변수'인데, 이것저것 고민하고 이 날은 사람이 없겠구나 하고 찾아간 날에도, 예를 들어 '푸바오'가 떠나는 날처럼 뭔가 큰 변수가 작용한다면 내년에 똑같은 날에 가도 사람은 많을 수 있겠죠.
놀이동산 한 번 가는데 뭘 그렇게 피곤하게 생각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구구절절 설명을 길게 써놓아 그렇지, 사실 뭐.. 생각하는 과정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누구나가 놀이동산 가기 전에 고민하는 수준 정도 ㅎㅎ) 피곤하기보다는 오히려 날을 잘 골랐을 때의 짜릿함이 더 기분 좋았던 하루였죠.
놀이동산은 늘 사람이 많다는 가정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날은 이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안 오겠지?'와 같은 눈치게임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언제가 가장 사람들이 오지 않을지를 생각하고 날짜를 잡아야 그나마 쾌적한 놀이동산에서 사람에 치이지 않고 재밌게 보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에버랜드 혹은 놀이동산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저처럼 꼭 성공하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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